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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덕, 국내 음향 엔지니어계 거장…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임창덕(65) 음향감독은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음향엔지니어다.


조용필, 김건모, 김현철, 이소라, 임재범, 박효신, 조성모, 이정현, 이효리, GOD 등등 당대 스타들의 곡은 거의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패티김과 딸 카밀라의 음반까지 작업했는데, 이것은 모녀 모두를 스튜디오 작업한 색다른 사례이기도 하다. 그만큼 임창덕 엔지니어는 스튜디오 녹음씬에선 ‘함께 하고 싶은’ 영원한 1순위로 자리한다. 작업 많이 할 땐 한 달에 300프로 넘게 할 때도 있었을 정도다.


여기엔 그의 탁월한 실력도 있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타의모범을 보이는 그의 인성, 사람됨도 한몫한다. 겸손과 상대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인 임창덕 엔지니어는 그래서 더욱 음악인들이 흉금을 터놓고 소통하며 작업하고 싶은 대표 엔지니어로 꼽고 있는 것이다.


그는 20년 넘게 강남 대치동에 위치한 부밍스튜디오(부밍사운드)를 이끌며 많은 작품을 제작해오고 있다.


부밍스튜디오(사운드)에 들어서면 그 규모에 먼저 놀라게 된다. 올해로 22년째가 됐음에도 마치 방금 설계된 듯 깔끔하고 현대적인 내부 설계다.


예전까지 국내 최고의 스튜디오로 서울스튜디오를 꼽았다. 규모나 퀄리티 면에서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홈레코딩 시대로 돌입하며 스튜디오산업도 예전 같지 않다. 당대 최고 규모를 자랑하던 서울스튜디오도 몸집을 대폭 줄인 상태다. 이제 스튜디오 규모나 장비 면에서 부밍스튜디오를 국내 최고로 꼽는 게 일반적이다.


부밍스튜디오는 지난 2000년 1월 임창덕/故 김국현 공동 대표 체제로 출발했다. 이후 故 김국현은 2년 후 손을 떼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임창덕 대표가 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다.


‘부밍’이란 이름은 ‘듀스’ 이현도가 지어준 것이다. ‘붐을 이룬다’는 의미와 음악의 ‘붐붐’ 등을 연상시켜 스튜디오 이름으로 아이디어를 낸 것.


부밍스튜디오는 대중가요에서 록, 재즈, 가스펠, 클래식까지 전 장르를 아우르며 작업해오고 있다. 그만큼 스튜디오 장비의 규모나 인력이 모든 걸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성모 음반이나 가스펠 분야에서 유명한 ‘경배와 찬양’ 시리즈는 1~7집까지 작업을 해 1000만 장 이상이 팔리기도 했다.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가 부른 명성황후 OST ‘나 가거든’도 여기에서 작업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제 부밍스튜디오는 영화와 드라마까지 외연을 확장하며 보다 정밀하고 공간감 넘치는 음향에 더욱 특화하고 있다.



얼마전 부밍스튜디오는 고가의 돌비 애트모스(atmos) 서라운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어폰만으로도 공간감이 연출될 만큼 전후좌우에서 위아래에까지 모든 방향에서 소리가 나오며 입체감을 더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부밍스튜디오는 최근 이러한 돌비 애트모스 서라운드 시스템을 갖추고 스케일 큰 영화음향/음악까지 제작 중이다. 애플TV에서 지원되는 높은 품질의 오디오 사운드가 바로 이 돌비 애트모스 서라운드에 기반한 것으로, 최근 화제가 되는 드라마 ‘파친코’가 대표적이다. 극히 미세한 소리까지 바로 옆에서 들을 수 있는 느낌으로 전달될 만큼 리얼함이 대단하다.


보이그룹 세븐틴의 첫 영어 싱글 ‘달링’도 더욱 실감 나는 사운드를 위해 애플뮤직 돌비 애트모스 지원 공간 음향으로 발매된 바 있다.


부밍스튜디오의 돌비 애트모스는 9.4.1 시스템이다. 9와 4는 전후좌우에서 천장에까지 설치된 스피커 수를 말하며 1은 우퍼를 의미한다.


“애플티비 ‘파친코’는 정말 잘 만든 작품입니다. 전체적으로 음향 전반이 아주 섬세합니다. 신경 안 쓰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아주 작은 소리까지도 잘 살릴 만큼 디테일을 잘 살렸어요. 탄탄한 연출은 물론 음향팀이 얼마나 신경 많이 쓰고 연구 많이 했나 알 수 있게 하죠.”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선빈 이준혁 주연의 네이버 오디오 무비 ‘리버스’도 부밍스튜디오에서 제작 중이다.


돌비 애트모스 서라운드를 통한 360도 공간감을 연출하는 스튜디오는 국내에 몇 곳이 있지만, 이들이 음악을 주로 하는 반면 부밍스튜디오는 이처럼 영화 등 보다 큰 스케일의 음향전반까지 소화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 무렵까지 원하는 수준의 80~90%까진 최고의 퀄리티 음향을 뽑아내도록 한다는게 임창덕 대표의 바람이다. 세계적 수준의 음향 퀄리티를 부밍스튜디오를 통해 접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사는 잘 안 들리고 밸런스도 잘 맞지 않고, 볼륨을 키우면 소리가 째지는 경우를 자주 접할 겁니다. 이 모든 게 후반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후반작업 퀄리티가 업그레이드돼 보다 좋은 사운드가 나올 수 있으면 좋겠고, 그러한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많은 가수들과 작업한 임창덕 대표가 특히 개인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음악인은 누굴까?


“역시 조용필입니다. 저는 스튜디오와 라이브 모두 조용필과 작업한 최초의 엔지니어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조용필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았다는 말이다.


“조용필은 음정과 박자의 정확함, 그야말로 실수를 모르는 진정한 대형가수죠. 같은 곡을 다시 부르게 되면 심지언 미묘한 비브라토 처리라도 다르게 노래할 수 있지만 조용필은 다시 불러도 마치 기계로 찍어낸 것처럼 똑같이 부릅니다. ‘더블링’이라고 하죠.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대단한 가수입니다. 그리고 여타 가수들이 일정 파트 별로 노래를 하며 레코딩하는 것과는 달리 조용필은 4~5곡 이상을 아무런 반복 없이 한번에 가는 타입입니다. 정말 대단하달 밖에.”


“그간 작업한 많은 가수 중 이소라, 김범수, 임재범, 김광석 등 가창 탁월한 음악가는 적지 않습니다. 그중 이소라는 감정이 정말 섬세한 가수입니다. 디테일한 비브라토 구사까지 극히 미묘한 감정선을 잘 살리며 재즈 발성에서 허스키 등에 이르기까지 노래를 정말 잘하는 가수죠. 임재범은 소리 컬러가 탁월합니다. 그리고 임재범은 흉부가 일반인에 비해 두꺼워 울림통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패티김도 이름만큼 대단한 가수죠. 풍부한 성량은 두말할 필요가 없어요.”


“심수봉 또한 탁월한 가창의 가수죠. 녹음 작업 같이하며 매우 치밀하고 꼼꼼한 타입이란 걸 알았습니다.”


“김현철 앨범, 아침(유정연), 그리고 김광석, 조동진 앨범들이 특히 기억에 남고 개인적으로도 대표작으로 꼽고 싶어요.”


“최근 젊은 가수 중에선 마마무 화사가 돋보입니다. 보기 드물 만큼 디테일이 살아있는 노래를 하는 가수죠. 일반적으론 잘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 끝음 처리부터 각종 숨겨져 있는 소리 처리가 정말로 탁월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화사완 꼭 한번 작업해보고 싶어요. 악동뮤지션(악뮤) 이수현도 매력적인 소리를 구사합니다. 아이유 또한 디테일이 있어요. 모두 뛰어난 가수들입니다. 서도밴드와 김주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같이 작업해보고 싶습니다.”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난 임창덕 엔지니어는 경희대와 방송통신대(중어중문학)에서 공부했다.


어릴 때부터 팝송에 심취한 그는 비틀즈, 아바, 토토, 핑크 플로이드,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 등등 다양하게 팝음악을 접했다. 세운상가로 가서 백판을 살 때면 흥분과 행복으로 설레였을 정도다.


친척이던 가수 이용복의 영향으로 70년대 후반 강남스튜디오에 입사하며 엔지니어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80년대 초반 벗님들 ‘다가기 전에’와 민중가요 ‘바위섬’으로 음향엔지니어로 입문했다. 이후 이광조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등 여러 히트곡을 작업한 엔지니어로 명성을 얻으며 당대를 대표하는 음향엔지니어로 우뚝 서게 된다.


임창덕 대표가 영향을 많이 받은 엔지니어는 마이클 잭슨 ‘Thriller’를 작업한 브루스 스웨디엔(Bruce Swedien)과 셀린 디옹 ‘타이타닉’ OST ‘My heart will go on’을 작업한 엔지니어다. 전체적 밸런스가 특히 뛰어남은 물론 리버브도 탁월해 이후 자신의 음향엔지니어 노하우를 쌓는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토토(ToTo), GRP 드럼 사운드도 대단합니다. GRP의 경우 어쿠스틱 드럼 소리가 특히 배울 점이 많아요.”



임창덕 대표는 가수 박정현 ‘뮬란’을 믹스하며 오토튠을 처음 사용하려고 했지만 시도하진 못했다. 당시 관계자들이 오토튠이란 개념 자체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이후 김현철 작업하며 오토튠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게 됐다.


“좋은 믹스란, 10명이 들었을 때 9명이 보편타당하게 듣기 좋게끔 밸런스를 잡아주는 과정입니다. 믹싱 작업한 게 아침엔 좋았지만, 저녁엔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적지 않아요. 오래 들어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사운드, 그게 좋은 믹스라고 봅니다.”


“좋은 엔지니어가 되기 위한 소양, 학습법은 일단 음악 많이 들어야 합니다.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건 기본이죠. 즉 이 부분에선 왜 이렇게 했을까 등등. 악기를 분석하는 역량도 매우 중요해요. 특정 곡을 들을 때 드럼, 베이스, 보컬 등 각 파트만 집중적으로 듣는 훈련도 필수입니다. 예를 들어 드럼도 킥, 하이해트, 탐, 스네어 등 여러 파트가 있듯이 각 특정 파트만을 집중적으로 들으며 귀를 훈련시켜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그 장단점이 파악될 수 있죠. 베이스도 마찬가지죠. 발라드, 댄스 등 장르마다 베이스의 스타일이 다양하게 연출되므로 그에 따른 방식에 집중하며 귀를 훈련시켜야 합니다. 또한 좋은 음향엔지니어의 덕목 중 하나는 주변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것입니다. 자신의 고집을 앞세우며 충돌하면 안 됩니다. 음악이 그렇듯 음향 엔지니어도 주변과의 하모니가 중요합니다.”


“이 길로 들어선 데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그야말로 내게 가장 잘 맞는 천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업 후 결과가 원하는 만큼 소리가 잘 나왔을 때 기쁩니다. 물론 그 작품이 대중적으로 히트하게 되면 그 기쁨은 더욱 말할 수 없죠.”


“그동안 작업한 많은 작품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양질의 좋은 사운드를 꼽는데 이소라 ‘낯선사람들’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100프로 넘게 작업할 만큼 정말 공들 많이 들였고 당시로선 매우 실험적인 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녹음실에서 작업하며 적지 않은 에피소드도 있다. 빼놓을 수 없는 게 외인부대 시절 ‘쥴리’라는 곡이다. 16채널 멀티 레코더로 외인부대 곡을 작업 중이던 어느 날이다. 당시엔 녹음을 아날로그 테이프에 담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파리 한 마리가 그 테이프 사이에 끼어 압사한 것이다. 하필 파리가 끼어 죽은 부위가 외인부대 대표곡 ‘쥴리’였다. 별짓을 해서라도 파리 흔적을 지우려 했지만 결국 하지 못하고 말았다. 이후 ‘쥴리’를 들으면 살짝 잡음 같이 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게 바로 이 파리 때문이다.


이젠 프로툴이 모든 스튜디오 레코딩의 규준처럼 활용되고 있지만 임대표는 이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정밀하게 보정하는 것부터 작업 전반이 디지털로 인해 편리해진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날로그 시대의 따뜻하고 풍성한 소리를 따라갈 순 없어요. 따라서 해외에선 아직도 아날로그 녹음방식을 고집하는 아티스트들이 해당 스튜디오에서 작업하기도 합니다. 물론 국내에선 아날로그 작업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제작 경비도 많이 들죠,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장점을 살려 이걸 병행하면 좋겠죠. 실제로 미국 같은 스튜디오 선진국에선 더 좋은 사운드 퀄리티를 위해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병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임대표는 동덕여대 등 몇몇 학교에서 강의하며 그간의 노하우를 후학들에게 전수하려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게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임창덕 대표는 술을 좋아한다. 주량은 현재까지 소주 3병 이상은 마실 정도. 담배는 끊었다. 어느덧 25년째 금연 중. 건강관리 차원에서 등산(청계산)을 하고 있다.


결혼 스토리도 재미있다.


임창덕 대표의 처제는 유명 영화음악 작곡가 신병하 조감독으로 일하고 있었다. 평소 임대표의 인품을 잘 알던 처제는 자신의 언니를 임대표에게 소개했고 이렇게 해서 둘은 연애 몇 개월 만에 결혼으로 이어졌다. 당시 아내는 중학교 선생으로 일하고 있었다.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참 똑 부러지는 성격이란 걸 알았어요. 엄격함과 정확한 걸 좋아하는, 그런데 왠지 그런 게 매력으로 끌렸습니다. 지금도 아내는 저의 가장 큰 인생 조언자이자 디렉터(감독)이기도 합니다.”


더욱 체계적인 엔지니어링 공부를 위해 임대표는 89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LA ‘레코딩워크샵’이라는 엔지니어 학원에서 1년간 공부했다. 유학 생활을 하며 무엇보다 음악을 더 많이 들어야 한다는 걸 알았고 또한 엔지니어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학길에 오른 만큼 얼마 후 아내도 미국에 와서 같이 생활했다. 슬하에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아들은 미국의 명문대 USC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하고 현재 겐슬러(Gensler)라는 미국 굴지의 건축 관련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재원이다.


“음향감독도 저작권자로서 인정받아야 합니다. 음악에서 후반 작업이라는 가장 중요한 걸 총괄하는 음향엔지니어는 제2의 창조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후반 작업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관련 분야 인재들도 나오지 않는 것이고. 이 분야 최고의 선진국인 미국과 사운드 퀄리티 차이가 많이 날 수 밖에 없죠. K팝, K드라마/영화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지금, 이제 정말 중요한 후반 작업에도 신경 쓰고 공을 들여야 할 때입니다.”


출처 : 스포츠한국(http://sports.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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